태양이 뜨지 않아도 아침은 오고 -정용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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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기춘 작성일10-01-30 13:47 조회2,847회 댓글0건본문
원제 : 새벽 빗소리, 그리고 상념에 빠지다.
밤새 퍼붓는 빗소리에 자다 깨다 자다 깨다를 반복, 그렇게 온밤을 뒤척이다가 아침을 맞는다.
자명종이 아직 울지 않은 것으로 보아 6시 전이리라.
빗물 수구통으로 쏟아져 내리는 낙숫물소리가 폭포수 같은 소리를 낸다.
이런 걸 두고 진짜 억수로 비가 많이 온다고 하나보다.
어제 저녁부터 비바람이 어찌나 심하던지 베란다 샷시문을 닫을까 하다가 그냥 얼굴로 느껴지는 찬바람이 좋아서 이불을 둘둘 감고 잠을 청했던 터라 두툼한 이불 속이 따사로워 참 좋다.
오늘 할 일을 머릿속에 그려 본다.
등록금 납부 마감일이고... 결재 할 곳도 두 군데 있고.. 그나저나 아침 차량을 운행하는 선생님이 이 빗속에 고생이 많겠는 걸? 우산만으로는 어림도 없을 텐데... 이 참에 우비를 하나씩 사줘야 할까 보다.
아이들은 부슬부슬 작은 보슬비만 내려도 알록달록한 장화에 좋아하는 캐릭터우산을 들고 등원하기를 좋아한다.
오늘도 신발장엔 앙증맞고 예쁜 장화들이 예쁘게들 놓여 있을 테지.
아 참! 냉장고에 찬거리가 뭐가 있더라? 애호박 있고, 매운 고추 있고 그래~ 된장찌개 끓여야 되겠네. 저번에 남편친구집에서 가져온 된장이 있었지. 그 집은 아파트의 꼭대기 층이라 옥상을 개인 정원인양 옥탑방도 꾸미고, 장독대도 만들고, 들마루도 놓고, 아기자기 예쁘게 꾸며놓고 살고 있었다. 무더운 여름날 저녁에 들마루에 누워 밤하늘을 보는 것도 참 좋다고 한다. 그 집 옥상의 잘 닦인 장독대를 보니, 아침 햇살 받으며 반짝반짝 윤이 나도록 항아리를 닦고 있는 안주인의 모습이 상상이 되었다.
살림살이도 그 정도면 구단의 실력이렸다. 에효! 어디 부러워 하는 것이 나뿐이랴, 남편도 은근 부러워하는 눈치다.
‘~이거 왜 이래, 나도 아이들이 어려서 살림만 할 땐, 요모조모 꾸미기 좋아하고, 가구도 이리저리 옮겨가며 쓸고 닦고 덮고 씌우고, 아이들 옷까지 만들어 입히고, 예쁜 꽃무늬 앞치마 두르고 사뿐사뿐 나폴나폴 그런 때도 있었다구!’
그런데 이젠 다 귀찮아 있는 것도 버리고 싶은데, 남편은 자꾸 무언가를 하나씩 사 들고 들어온다.
그럴 때마다 나는 소리친다. “제발 좀 비워놓고 살자. 당신은 ‘여백(餘白)의 미(美)’ 라는 말도 못 들어봤냐고요. 그래도 들여 놓고 싶으면 들여온 사람이 끝까지 책임지기에요!”
그 후부터 우리 집 작은 수족관은 남편 몫이다. 베란다의 크고 작은 화분, 특히 수중식물은 모두 남편 혼자 관리하고 가꾸어야 한다. 약속은 약속이니까. 그래서 부딪치지 않는다.
그게 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겠는데 그냥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었다.
앞으로 살아온 날이 살아갈 날보다 한참은 짧을 터, 그것도 서로에 대한 배려이리라 생각한다.
삶의 연륜과 경험이 쌓여 오래 묵은 장맛처럼 깊고 은근한 맛을 만들어내듯이, 성격이 예전과 좀 바뀌었으면 어떠리.
그래도 된장찌개만큼은 “그래 안 변했어, 역시 당신 음식솜씨는 녹슬지 않았다고, 최고야!”
하는 소리를 들어야 할 텐데…
된장찌개 하면 생각나는 동창이 있다.
‘...멸치다시 만들 땐 2~3분 이상 끓이지 마라. 국물이 씁쓸해진다.
매운 고추 한두 개와 파 송송 썰어, 불 끄기 직전에 넣기’ 등, 쉴 사이 없이 떠들어대도 밉지 않은 친구. 오랜 동안 볼 수 없었던 그 친구가 보고 싶다.
좀처럼 밝아오지 않는, 비 오는 아침 시간은 이제서야 6시를 넘고 있다.
일어나야지! 냉장고 생수도 떨어져가던데, 오늘은 마트도 들려야 하겠는걸...
태양이 뜨지 않아도 아침은 오고, 하루는 시작이렸다!
현재: 사랑나무 어린이집(하남시) 원장
밤새 퍼붓는 빗소리에 자다 깨다 자다 깨다를 반복, 그렇게 온밤을 뒤척이다가 아침을 맞는다.
자명종이 아직 울지 않은 것으로 보아 6시 전이리라.
빗물 수구통으로 쏟아져 내리는 낙숫물소리가 폭포수 같은 소리를 낸다.
이런 걸 두고 진짜 억수로 비가 많이 온다고 하나보다.
어제 저녁부터 비바람이 어찌나 심하던지 베란다 샷시문을 닫을까 하다가 그냥 얼굴로 느껴지는 찬바람이 좋아서 이불을 둘둘 감고 잠을 청했던 터라 두툼한 이불 속이 따사로워 참 좋다.
오늘 할 일을 머릿속에 그려 본다.
등록금 납부 마감일이고... 결재 할 곳도 두 군데 있고.. 그나저나 아침 차량을 운행하는 선생님이 이 빗속에 고생이 많겠는 걸? 우산만으로는 어림도 없을 텐데... 이 참에 우비를 하나씩 사줘야 할까 보다.
아이들은 부슬부슬 작은 보슬비만 내려도 알록달록한 장화에 좋아하는 캐릭터우산을 들고 등원하기를 좋아한다.
오늘도 신발장엔 앙증맞고 예쁜 장화들이 예쁘게들 놓여 있을 테지.
아 참! 냉장고에 찬거리가 뭐가 있더라? 애호박 있고, 매운 고추 있고 그래~ 된장찌개 끓여야 되겠네. 저번에 남편친구집에서 가져온 된장이 있었지. 그 집은 아파트의 꼭대기 층이라 옥상을 개인 정원인양 옥탑방도 꾸미고, 장독대도 만들고, 들마루도 놓고, 아기자기 예쁘게 꾸며놓고 살고 있었다. 무더운 여름날 저녁에 들마루에 누워 밤하늘을 보는 것도 참 좋다고 한다. 그 집 옥상의 잘 닦인 장독대를 보니, 아침 햇살 받으며 반짝반짝 윤이 나도록 항아리를 닦고 있는 안주인의 모습이 상상이 되었다.
살림살이도 그 정도면 구단의 실력이렸다. 에효! 어디 부러워 하는 것이 나뿐이랴, 남편도 은근 부러워하는 눈치다.
‘~이거 왜 이래, 나도 아이들이 어려서 살림만 할 땐, 요모조모 꾸미기 좋아하고, 가구도 이리저리 옮겨가며 쓸고 닦고 덮고 씌우고, 아이들 옷까지 만들어 입히고, 예쁜 꽃무늬 앞치마 두르고 사뿐사뿐 나폴나폴 그런 때도 있었다구!’
그런데 이젠 다 귀찮아 있는 것도 버리고 싶은데, 남편은 자꾸 무언가를 하나씩 사 들고 들어온다.
그럴 때마다 나는 소리친다. “제발 좀 비워놓고 살자. 당신은 ‘여백(餘白)의 미(美)’ 라는 말도 못 들어봤냐고요. 그래도 들여 놓고 싶으면 들여온 사람이 끝까지 책임지기에요!”
그 후부터 우리 집 작은 수족관은 남편 몫이다. 베란다의 크고 작은 화분, 특히 수중식물은 모두 남편 혼자 관리하고 가꾸어야 한다. 약속은 약속이니까. 그래서 부딪치지 않는다.
그게 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겠는데 그냥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었다.
앞으로 살아온 날이 살아갈 날보다 한참은 짧을 터, 그것도 서로에 대한 배려이리라 생각한다.
삶의 연륜과 경험이 쌓여 오래 묵은 장맛처럼 깊고 은근한 맛을 만들어내듯이, 성격이 예전과 좀 바뀌었으면 어떠리.
그래도 된장찌개만큼은 “그래 안 변했어, 역시 당신 음식솜씨는 녹슬지 않았다고, 최고야!”
하는 소리를 들어야 할 텐데…
된장찌개 하면 생각나는 동창이 있다.
‘...멸치다시 만들 땐 2~3분 이상 끓이지 마라. 국물이 씁쓸해진다.
매운 고추 한두 개와 파 송송 썰어, 불 끄기 직전에 넣기’ 등, 쉴 사이 없이 떠들어대도 밉지 않은 친구. 오랜 동안 볼 수 없었던 그 친구가 보고 싶다.
좀처럼 밝아오지 않는, 비 오는 아침 시간은 이제서야 6시를 넘고 있다.
일어나야지! 냉장고 생수도 떨어져가던데, 오늘은 마트도 들려야 하겠는걸...
태양이 뜨지 않아도 아침은 오고, 하루는 시작이렸다!
현재: 사랑나무 어린이집(하남시)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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