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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처음처럼 - 7회 - 변영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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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기춘 작성일08-10-14 12:16 조회2,87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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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서가 지난 팔월 하순도 여전히 한 여름처럼 후덥지근하기만 하다.
 북한산 주능선을 비껴 불광매표소로 올라가는 들머리는 역시 한적하지만 오늘의 산행인원 31인이 올라가는 길은 좁고 시끌벅적하기만 하다.
 
 2주년 기념 산행을 축하해주기 위해 멀리서 나온 여러 친구들과 오늘 처음 산행을 한 새로운 친구들이 결코 낯설지 않음은 30년 전 어려운 시절 같이 보냈던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기 때문일까?  
 
 어렵게 쟁취(?)한 나만의 주말을 더욱 알차게 보내기 위한 산행 욕심이 때론 생활에 무리수가 따를 때도 많았지만, '바쁜 가운데 안배하면서 보내는 삶이 더욱 의미 있다'고 자위하면서 토요일 산행을 우선 순위로 실행하기란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북한산에 매료되어 포기할 수 없었고, 그것은 나를 포기함과도 같다는 아집을 안고 시작한 10년의 세월이었지만...

 오늘 송곡산악회와 같이한 2년이란 시간을 반추하면서 총회보고를 위해 산행일지를 정리하다 보니 친구들과 같이 한 2년이란 시간 안에 있었던 크고 작은 일들이 마치 어제의 일처럼 눈에 아른거림은 같은 산행을 해도 역시 좋은 벗들과의 산행은 특별한 느낌으로 기억에 남는다는 것이다.

 도심의 한 가운데서 언제나 고운 모습으로 으리를 반겨주는 북한산을 찾는 산행인구는 점점 많아져 주말엔 정체 현상까지 빚는 것을 볼 때면 역시 인간은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은 귀소(?)본능에 산을 찾고 그 안에 아우러지고 깊어 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거기에 좋은 벗들과 날씨까지 맞추어준다면 일상으로 돌아온 일주일은 더 없이 행복할 것이다. 

 이런 맛을 공감하며 즐길줄 아는 벗들이 늘 가까이 있음에 그들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음을 소중한 인연의 끈으로 지키며 가꾸고 자연이 주는 혜택 앞에 늘 감사하며 살려고 노력한다.

 뒤늦게 도착한 이우흥 친구를 데리고 후미에서 따라 붙은 병운이 들머리를 지나서 합류할 수 있었다. 비오듯 흘리는 땀너머로 병운의 친구들을 위한 배려가 한층 어른(?)스러워졌음이 엿보인다.

 들머리를 올라서니 어제 비가 온 탓인지 시야가 탁트인 불광동 시내가 내려다 보이고, 건너편엔 인수봉, 노적봉, 원효봉 그 너머로 아스라이 상장능선이 보인다. 

 오늘따라 소나무향도 후각을 자극하고 색깔또한 연녹색을 발함이 아름답다는 말밖에 할 수 없다. 땀을 식히고 소나무에 매달려 부비어 보고 싶은 마음에 올라서니자연을 훼손한 노여움에 팔과 다리에 곧 상처가 나고 만다. 

 평소 앞만 보고 질주하듯이 가던 신행이 아닌 친구들과 노닐면서, 건너편 봉우리도 바라보고 앞에 모이는 꽃도 보고 즐기며 가는 널널한 산행의 맛도 쏠쏠하다. 

 오르막의 힘든 산행은 남자친구들의 재치 있는 농담과 차게 준비한 막걸리로 목을 축이며 오르는 산행은 힘겹고 지루함이 전혀 없었다.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니 행로봉과 비봉, 족두리봉이 보이고 바위를 즐기는 등산객들은 우회 등산로를 지나지 않고 바로 치고 오르고 있었다. 이쯤 오니 처음 나온 친구들이 보이지 않는다. 기다릴 줄 아는 남자, 손이 따뜻한 남자, 건광이 그들을 기다리고 잡아주고 있을 것이리라 믿으며 사모바위로 향했다.

 사모바위에 오르니 11시 40분,
 예숙, 용희, 우흥, 춘현을 먼저 올라와 막걸리 상을 차리고 있다. 멋과 풍류를 아는 여인 예숙은 몇 번 오지 않았음에도 정상주까지 준비해와 힘들게 올라오는 친구들에게 안주까지 곁들여 한 모금씩 배급해 주는 넉넉함과 재치가 넘치는 볼수록 정감이 가는 친구다. 

 이젠 전망 좋은 식당을 찾아 점심을 먹어야 하는데 식구가 너무 많아 장소가 여의치 않을 것 같아 여기지기 기웃거리는데, 지난번 오봉 산행 때 친구들에게 손지압봉을 보내주었던 안승균이 우리를 기다리며 반기고 있었다.

 북한산의 모습이 모두가 아름답지만 사모바위에서 서쪽으로 넘어가는 응봉능선 또한 손꼽히는 비경 중의 하나로 가히 환상적이다. 

 운좋게 백운대가 바라보이는 널찍한 장소를 찾아 오밀조밀 맛난 식사를 하고 후미팀을 기다리며 모처럼 여유로운 담소도 나누고 푸른 하늘을 가까이에서 맘껏 볼 수 있는 날이었다.
 
 이제 한 시간 정도 하산하면 여름 산행의 진미, 알탕을 맛볼 수 있는 진관사 계곡이다. 쉬엄쉬엄 내려가니 산위에서 보다 더 후덥지근하고 바닥은 습기로 미끄럽기만 하다. 조심조심 바윗길을 지나 계곡으로 들어간 친구들 우선 남친들부터 풍덩풍덩...

 물 온도도 적당하고 나부터 먼저 빠져볼까? 해옥, 용희 모두 따라 들어와 물 만난 물고기들처럼 잘들 논다. 뒤늦게 들어온 우흥은 나올줄 모르고 늦게까지 헤엄치며 놀고 있었다. 

 진한 땀을 흘리고 계곡의 맑은 물로 목욕을 하고 식당으로 가는 길목에 또 물을 보니 들어가고 싶은 충동!! 누군가 말려주지 않았으면 또 풍덩했을 것이다. 

 이렇게 산 좋고 물 좋고 경치 좋은 것에서 좋은 친구들과 보낸 짧고 긴 하루... 
 처음, 김남수회장의 열정만으로 시작되었던 산악모임이 오늘 같은 날 36번째... 
 
 세상을 살면서 나누는 정도 많겠지만 산길을 거닐며 나누었던 이야기하며 꾸준한 열정과 산에 대한 도전을 같이 했던 길동무들... 과연 이처럼 활발히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이 우리 앞에 얼마나 남았을까 생각하면 현재 우리 앞에 주어진 시간이 너무도 소중하기만 하여 정말 짧지만 긴시간 같이 산행했던 친구들 모습이 모두 정겹고 사랑스럽게 다가온다.

 그 친구들과 깊은 산정에 빠져 여름의 막바지를 즐기며 함께하고 있는 오늘 이 시간  분명, 송곡산악회에 한 획을 그어준 김남수회장과 옆에서 말없이 따라주며 버팀목이 되어 주었던 친구들, 이 자리를 빌어서 그들에게 수고와 감사의 박수를 아끼지 않을 것이며, 언제나 처음처럼 언제나 그 자리에서 서로를 지켜주고 장점은 칭찬을 단점은 이해로 양보하면서 산이 좋아 만난 친구들 끈끈한 산정 잘 지키면서 오래볼 수 있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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